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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부자세에 대한 잡상

오삼도리 2017. 1. 18. 00:03





말 그대로 부자의 세금을 늘리자는 정책인 부자세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많이 번 사람에게는 많이 걷고 적은 사람에게는 적게 걷어서 쌍방의 불균형을 맞추자는 것 입니다.

얼핏보면 간단하고 좋은 얘기지만,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면 끝도 없이 이야기가 확장되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로, 양극화와 빈부격차 심화에 대해 비판하는 사회주의가 발아한 19세기 이후로 언제나 나오는 정책이지만 사실 제대로 수행하기 너무나 어려운 정책입니다. 

이 정책의 가장 시초는 역시 19세기에 활기치던 사회주의이론 혹은 1929년 대공황시기 미국 민주당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시행한 뉴딜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폭주 가능성 및 국가의 경제에 대한 개입 필요성이 조명되면서 시작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유럽에서는 대공황에 따른 사회 양극화로 때문에 파시즘, 나치즘이 대두하여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불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아주 큰 대가를 치뤄 학습한 뒤 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3년 현재, 신자유주의이론에 따라 움직이던 세계경제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파토나면서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정책입니다.

위 사례를 보다시피 복지 정책과 함께 따라다니는,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과 같이 기본 세액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회주의 정당이 맥을 못 추는 나라들에선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부자증세 정책론이 대두되어 어느정도 증세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이 집권하는 경우에는 가능성이 있는 셈입니다.

2012년 12월 31일 한국에서도 한국판 버핏세를 목표로 하여, 소득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였으며, 3억원 초과시 38% 의 소득세를 부과하도록 개정되었습니다. 다만, 소득세는 필요경비를 제외한 실소득을 기준으로 하기에, 실제로 이 조건에 해당되는 사람은 극히 적으며, 또한 증가되는 세율도 35%에 38%로 3%p밖에 증가해서, 당장의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부자세의 역사는 1910년에 스웨덴이이 부유세를 최초로 도입하였고. 이후 프랑스,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네덜란드, 노르웨이, 인도가 부유세를 도입하였습니다. 스페인은 1957년 프랑코 독재 치하에서 부유세를 도입하였습니다. 이후 1997년, 독일과 아일랜드가 부유세를 폐지하였습니다.


미국은 프로야구시장에서 2002년부터 부유세(Luxury Tax) 부과 규정을 동비하였고. 2008년, 스웨덴이 부유세를 60년만에 폐지하였습니다.이윽고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페인도 2000년 이후 부유세를 폐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미 의회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율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결과 부자 감세가 경제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수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감세가 '낙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양극화만 늘렸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독일에서도 200만 유로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재산의 1%를 세금으로 납세하게 만드는 '임시세'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야당에서 개진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도 증세를 추진 중이며, 미국 의회는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35%에서 39.6%로 증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반대로 부작용은 부자들에게 부담을 안길수록 그 반발로 자금을 다른 곳에 쓰거나 아예 돈을 들고 다른 나라로 떠나버릴 여지를 줄 수 있습니다. 해외투자나 이민 같은 게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남 좋은 일만 시켜주기 십상이라 부자들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한때 영국 노동당 집권 시절에 부유층에게 90%에 육박하는 세금 폭탄을 때린 적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 당시 범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영국 밴드들은 세금 폭탄을 피해 태평양에 있는 소규모 국가로 이민을 떠나곤 했습니다.

프랑스에서 2012년에 연간소득 100만 유로(14여억원)의 고소득층에게 75%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신설하였고, 부유세의 실제 부담자는 1500여명이므로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증세안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프랑스 상류층이 해외로 주소지를 이전하는 '세금망명'을 시도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75% 부유세를 위헌으로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위헌 판결이 나온 것은 부유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부과방식의 문제'라며 2014년에 다른 시스템을 통한 부유세 신설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고율의 누진세는 노동의욕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근로성과를 높일 동기를 약화시키기는 부작용이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반대로 찬성하는 주장은 주로 사회민주주의, 진보적자유주의 등 진보적 입장에서 주장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 계급투쟁이 비현실적인 의견이 됨에 따라 이 주장이 근거하는 사상도 달라져 관치경제주의자들이 현실적인 부자증세의 필요성을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의 뼈아픈 실패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돈이란 건 모이면 모일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게 자본주의인데 그러한 상황에 부가 세습된다면 더욱 양극화를 부추길 것입니다. 그렇기에 세금을 많이 걷어서 그러한 양극화를 막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부자는 학력과 배경에 상관없이 만들어진다는 이론이 있지만, 돈을 많이 가진 쪽이 더 나은 환경에서 먼저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극화가 심화되면 일반인은 평생 노력해도 부자들의 출발지점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어, 한마디로 계급이 나뉜 신분제로 발전할 위험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이런 사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방 일반고에서 돈 많이 드는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성적순으로 나열한 뒤, 소속 학교별 평균성적 백분위만 내 봐도 답이 나옵니다. 태어나서부터 입시용 일반교육은 물론이거니와 예체능 등 단련이 필요한 분야에서 고비용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소득백분위에서 중/하 에 위치하는 학생들이 혼자 힘으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능력들을 충분히 가지고 시작합니다. 교육 외에 사업을 한다 해도 자본금에서 차이가 나니 그 규모와 성공확률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 단순하게, 낙수 이론에서 주장하는 이른 바 낙수 효과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에 의해 주장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낙수 이론에 따르면 부자들의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면 그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면서 모두가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골자인데, 돈을 번 부자들은 실제로는 이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양극화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으므로 국가가 나서서 증세를 통해 강제로라도 이들의 이윤을 사회적으로 수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2012년 국정감사에서 대기업들의 사내보유금이 상승일직선을 긋고 있음에 따라 2012년 12월 한국판 버핏세 신설의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불황이 찾아올 수록 누군가가 돈을 써줘야 불황을 극복할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허나 불황에 투자하기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으니, 정부에서라도 어거지로 돈을 써대서 불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뉴딜정책인데 이 정책은 당연하지만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합니다. 이 예산을 사회적 약자들이 아닌 부자들에게서 얻어내야 한다는 식으로 부자증세로 이어지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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